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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주 시인의 첫 번째 글귀 기울이면 집과 인접한 심씨沈氏 문중門中 소유의 밤나무 숲에서 후두두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의 정밀靜謐을 깨고 밤나무 숲에 그득 차 있는 침묵의 깊이를 깨우는 소리다. 젖은 풀 위로 알밤들이 나신을 드러내고, 곧 부지런한 촌로들이 자루 하나씩을 어깨에 메고 이 열매들을 거두러 오리라. 밤나무 숲과 붙은 마른땅은 애초에 고추밭이었다. 열한해 전 나는 그 땅에 집을 짓고,...
    2011.09
  •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우리가 그 집에 도착했을 때, 문가에 서서 부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우리는 ‘환영합니다’란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말은 실생활이 아니라 책이나 영화에서나 쓰는 말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확신했다. 일생 동안 우리는 그런 말을 한 번도 직접 사용해본 적이 없으며, 마찬가지로 남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 조차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_디미트리 ...
    2011.08
  • 서명숙 씨의 네 번째 글 2007년 고향 제주로 30여 년 만에 귀향해 ‘사람이 사람답게 걸을 수 있는’ 제주 올레길을 내면서 내게는 또 다른 꿈이 싹트기 시작했다. 끊어진 길은 잇고, 사라진 길은 불러내고, 없는 길은 뚫어가면서 낸 이 길 위에서 ‘축제다운 축제’를 한판 벌여보는 것! 그런 꿈을 갖게 된 건 ‘한국형 축제’에 얽힌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기자 시절 전국 이곳저곳의 축제 현장을 때로는 취재진으...
    2011.07
  • 서명숙 씨의 세 번째 글고향 서귀포를 떠난 지 30여년 만에 오직 길을 내기 위해 귀향한 것은 지난 2007년 여름. 어느덧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른 이들에게 서귀포는 ‘한국 제1의 여행지’이자 ‘올레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지만 내게는 일상의 공간이다. 어릴 적에도 ‘우리 고향 사람들은 어지간히 느려터졌다’ 생각했지만 눈이 팽팽 돌아가게 복잡한 서울살이와 분초 단위로 움직이던 기자 생활을 너무 오...
    2011.06
  • 서명숙 씨의 두 번째 글2006년, 23년간 매달려온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때려치우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기로 작정했다. 내 결심을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뜯어말렸다. 여자 혼자서 800km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걷겠느냐, 그것도 영어가 서툴고 ‘길치’에 덜렁이인 주제에! 2, 3년 뒤에 자기들과 함께 떠나자고 유혹하는 이들도 있었다.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럴 즈음, 오지 여행가에서 월드...
    2011.05
  • 서명숙 씨의 첫 번째 글 봄에는 어딘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내가 사는 서귀포의 봄은 황홀할 지경이다. 노란 유채꽃, 보랏빛 갯무꽃이 양탄자처럼 대지를 수놓는 가운데 머리 위로는 왕벚꽃이 눈부신 꽃그늘을 드리운다. 목덜미를 간질이는 봄바람에 실려오는 공기는 청정하다 못해 단내가 난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 공기가 참 달구나.”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홀로 보면 적막강산처럼 쓸쓸하다. 서귀...
    2011.04
  • 시인 함성호 씨의 네 번째 글행복(well-being)은 그 상태(지금, 여기)의 경험을 찾는 것이다. 유기농 채소를 먹는 게 웰빙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만족을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만약 유기농 채소가 우리에게 어떤 만족도 주지 못한다면 그건 웰빙일 수가 없다. 사실 유기농 채소가 몸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콜먼 명예 교수는 그의 저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2011.03
  • 시인 함성호 씨의 세 번째 글 어느 날 인드라는 자신이 아주 대단한 존재임을 느끼게 되었다. “나,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한 인드라는 우주산으로 올라가 거기에다 대단한 자신의 위용에 걸맞은 궁전을 짓기로 했다. 신들의 궁전을 전문으로 짓는 목수가 오고, 화려하고 진기한 자재가 속속 들어오면서 궁전은 날이 갈수록 그 위용을 더해 갔다. 그런데 인드라는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더 화려하고 위엄 있게 만...
    2011.02
  • 시인 함성호 씨의 두 번째 글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니, “예”라는 대답은 고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글쎄요”라거나 뭘 그런 걸 묻느냐는 곤란한 표정을 지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안녕하세요?”라고 물어보자. 이 의례적인 인사말에는 “예” 혹은 “그렇지요, 뭐” 하는 대답이 관례다. 그렇다면 이번엔 좀 구체적으...
    2011.01
  • 시인 함성호 씨의 첫 번째 글인도의 시바 사원 입구에는 언제나 한 얼굴이 있다. 시바 사원에 들어갈 때 사람들은 먼저 입구에 있는 이 얼굴에 경배를 올려야 한다. 이 흉측한 얼굴이 시바 사원의 입구에 있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어느 날 한 괴물이 시바신을 찾아 온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의 아내를 내 애인으로 삼고 싶다.” 시바는 파괴와 창조의 신이며, 우리가 우주라고 부...
    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