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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국어시험을 치렀다. 딱 하나가 틀렸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뜻을 잘못 적었다. 호초, 당초 맵다지만 시집살이에 비할까. 며느리는 그저 입 다문 채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하라는 옛 속담이 딸에게는 생경했던 모양이다. 빈 칸으로 남겨둘 수 없어 제 딴에 답을 적긴 했다. 딸의 답안지를 본 담임선생이, 속된 말로 뒤집어지더란다. 딸은 선생이 왜 웃었...
    2007.03
  • 작년 가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낙지만 잡았다. 대단한 집착 혹은 열정의 날들이었다. 낮에는 뻘밭에서, 저녁 술자리에선 낙지잡이꾼들의 경험밭에서, 밤엔 꿈밭에서 땀 흘리며 낙지를 잡았다. 한번 빠지면 된통 빠지는 성격이라 꿈을 꿔도 낚지 잡는 꿈만 꿨다. 시 쓰는 놈이 시 쓰는 꿈을 꿔야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낙지 잡기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고 나는 그 매력에 독하게 중독되었다.“뻘...
    2007.02
  • 전철을 탔는데 좌석이 없어 서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어머, 선생님도 전철을 타세요?” “예. 저는 운전을 못하니까 주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요.” 물론 나는 택시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철, 버스를 타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했던 ‘첫’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전철이나 버스를 탄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 시간 두 시간 전에 ...
    2007.01
  • 하늘공원을 떠나며...부엌 창으로 하늘을 보았다. 아파트 뜰의 감나무에 성기게 매달려 있는 붉은 잎과 푸른 하늘이 명료한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이렇게 중얼거리고 싶도록 아름다운 날은 짧디짧게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인생처럼. 뒤죽박죽인 우울한 옷장 속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알차게’ 주말을 보낼 것인가, 드물게 좋은 날 놀러 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갈등을 길게 ‘때리고’ 있을 ...
    2006.12
  • 骨三穿이란 말을 한동안 화두로 들고 지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강진 유배시절 제자인 황상의 글 속에 나오는 말이다. 일흔이 넘어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메모해가며 책을 읽는 황상을 보고 사람들이 그 나이에 어디다 쓰려고 그리 열심히 공부를 하느냐고 비웃었다. 그가 대답했다. “우리 스승은 귀양지에서 20년을 계시면서 날마다 저술에만 힘써 과골, 즉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 났다. 스승께서 부지런히 공...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