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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산딸나무를 구했다. ‘드디어’라고 말한 것은 꽤 오랫동안 그러기를 원했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몇 년 전의 경험이 보태진다. 길가의 나무 장수가 산딸나무라고 파는 나무가 있어서 옳다구나 하고 한 그루 손에 들고 왔건만 나중에 다른 나무임을 알아낸 것이다. 흰색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네 장의 순백색 꽃잎이 여간 밝지 않아서 좋아했는데, 그것은 병아리꽃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였다. 어...
    2008.04
  •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자판기 커피면 만족하는 저렴한 입맛이던 사람이 에스프레소에 맛을 들이고 나니 황금색 크레마가 없는 에스프레소가 나오면 화가 난다. 한때 청담동 근처를 다니는 사람들만 커피 맛에 그렇게 예민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맛이라는 게 알면 알수록 까다로워진다.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려면 회사를 나와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도 가끔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영...
    2008.03
  •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로 울다 말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그렇다. 대책 없이 시작된 넋두리와 그 끝의 눈물바람을 죄다 받아주고 있는 수화기 너머 누군가. 때론 “울지 마, 바보야”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때론 “그래, 실컷 울어, 바보야”라고 말해주기도 하며, 또 가끔은 그저 침묵으로 가만가만 달래주는 친구. 그렇다. 몇 안 되는, 내 오래된 친구...
    2008.02
  • 나는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칼럼을 좋아한다. 착하고 곱게 세상을 보는 마음이 신문지 바깥까지 배어 나오는 데 감동한 나머지 팬레터를 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장 교수의 칼럼이 내 글과 나란히 실린 날이면 전전긍긍한다. 장 교수 글이 훨씬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독자들이 착한 신데렐라(장 교수 글)와 사악한 계모(내 글)를 보듯 비교할 것 같아 혼자 찔릴 때가 많다. “신문에 난 당신의 글을 읽으면 마음...
    2008.01
  •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집을 떠났다. 공부를 해야 한다며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매일같이 얼굴을 보던 아들을 이젠 방학에나 겨우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내는 내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를 섭섭해하지만, 나는 머지않아 그 녀석이 방학에도 무슨 중요한 할 일이 있다며 집에 못 올 것 같다고 통보해 올 것을 각오하고 있다. 이젠 내 둥지를 떠난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이젠 우리 식구가 아니다. 적어...
    2007.12
  • 아내는 올해 내 생일 선물로 1인용 소파 하나를 들여놓았다. 가족이 모이기로 한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이 깜짝 선물이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거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골조 위에 빨간색 매트리스로 된 몸체가 S자 모양의 굴곡을 이루며 비스듬히 얹혀져 있고, 그 옆에는 책이나 찻잔 같은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자그마한 유리 탁자가 붙어 있었다.근래에 이렇게 마음...
    2007.11
  • 유머 감각이 뛰어난 남자가 여성들이 선호하는 파트너 1순위가 된 지는 벌써 오래다. 일반적으로 외모나 키 같은 외형적 조건보다 유머 감각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동서양에서 모두 그렇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머 감각은 사회적 능력이 뛰어나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간접적인 신호로 파악되기 때문이란다.봉사 활동을 하는 단체에 가서 파트너를 고르면 좋...
    2007.10
  • 에피소드 1 아는 사람이 모는 차를 타고 어딘가 가던 중이었다. 자세히 보니 차의 계기판에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용기가 하나 보였다. 나중에 붙인 것은 아니고 원래 그 차의 디자인이 그랬던 것 같았다. 무엇인가 물으니 차 주인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꽃병이라고 했다. ‘자동차 계기판에 꽃병이라?’ 잠시 의아했지만 순간 수많은 상상이 마치 봄날의 꽃처럼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그래, 만약 내가 이런 차를...
    2007.10
  • 그 잔인한 황제 ‘네로’조차 자신이 지나쳤다는 것을 인정했을 정도였다는 데서 시선이 멈췄습니다. 역사 다큐멘터리였는데 그렇게 말하는 해설에 현장감을 더하려고 당시의 네로 분장을 한배우가 두루마리 종이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을 클로즈업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로마군의 침략을 받은 그 지역은 땅을 몇 미터만 파고 내려가면 어김없이 불에 탄 나무와 회색 잿더미층이 드러나 마치 지층처럼 나타나...
    2007.08
  •   0 “차로 한 30분 가면 썩 좋진 않지만 산장이 있어. 거기 가서 잠시라도 눈 좀 붙일래?” 프로덕션 페가수스Pegasus의 프로듀서인 에이나르Einar가 내게 말을 건넸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도 자동차로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산정호수에 우리는 광고 촬영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 ‘우리’에 황인종은 나 하나였고 미국에서 온 촬영팀과 현지에서 일을 진...
    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