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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가 송형노 올리비아에게 물어보세요
누구나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단순하고 따뜻한 그림. 송형노 작가는 석벽을 배경으로 동물과 푸른 하늘을 그린 따스하고 유쾌한 그림을 통해 소중한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아기 돼지에 돼지띠 딸을 빗대어 표현했고, 벽에 그린 낙서는 아들의 그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송형노 작가의 작업을 흔히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라고 평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분 좋은 그의 그림 앞에서 굳이 어려운 미술 용어를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난 송형노 작가는 동아대 예술대학 회화과와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홍콩과 서울, 용인, 성남 등에서 개인전 13회, 2인전 4회를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대림미술관, 삼성화재 본관, LG유플러스 본사 용산 사옥, 지포 뮤지엄, CK 컨템포러리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용산 LG유플러스 사옥 1층 아트&힐링 갤러리에서 2019년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개인전 을 개최한다.

석벽 너머로 돼지 한 마리가 우리를 응시한다. 회화 작가 송형노의 ‘Olivia over the Wall(담장 위의 올리비아)’ 연작. 아기 돼지 올리비아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글쎄요, 건너편의 누군가와 눈을 맞추는 중일 수도 있고, 손에 들고 있는 민들레 홀씨가 벽 너머로 날아가도록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보다는 그림 속 올리비아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있을 법 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장면 속 동물의 털 한 올까지 공들여 그리는 송형노 작가의 그림은 따스하고 유쾌하다. 기분 좋게 감상하고, 보는 사람의 경험과 상상력을 저마다 겹쳐 더욱 풍성해지는 그림.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아기 돼지 올리비아는 작가의 딸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한 것. “제 딸이 돼지띠라서요.” 벽에 삐뚤빼뚤 그린 낙서는 아들의 그림을 그대로 옮겼다. “우리 가족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번개맨’과 ‘번개걸’ 캐릭터를 그리더군요.(웃음)” 송형노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일기”라고 말한다. “아내가 딸을 임신했을 때 지인이 선물한 토끼 인형과 동물을 함께 그렸지요. 가상이 아닌, 나와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얼룩말은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듯 머리 위에 토끼 인형을 올리고, 호랑이와 사자는 파수꾼처럼 곁을 든든히 지킨다. 토끼에게 다리 삼아 건너오라는 듯 자신의 긴 목을 늘어뜨리는 기린의 모습에선 사이먼&가펑클의 명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가 떠오른다. 익살스러운 구석이 있는 유쾌한 그림이지만,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그림을 보고 우는 관객도 있었다. 마치 공식처럼 동물 한 마리와 석벽, 토끼 인형이 정면이나 측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작품이 도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 그림이 품은 따뜻한 정서와 가족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꿈(기린과 토끼)’,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 130.5×89.5cm, 2017
그림에서 발견한 가족의 소중함
“그림 속 이야기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고,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모두가 지닌 꿈과 희망, 소중한 가족 이야기를 동물이라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징을 통해 표현하려 했지요.” 동물과 대비 효과를 이루며 그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석벽 역시 의미하는 바가 뚜렷하다. 20대에 미대를 졸업한 송형노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작가로서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이었을까? 당시 그는 좁은 골목 벽의 얼룩과 그곳에 그려진 아이들의 낙서를 추상으로 그렸다. “그때 하던 작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화면을 구성하고,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10년 전에 그리던 석벽을 다시 그리고 있었습니다.” 추상이 구상으로 바뀌고, 그림 속 낙서는 작가 대신 그의 아들이 그린다. 석벽의 회색도 한결 밝고 따뜻해졌다. 송형노 작가는 요즘 자택에서 작업한다. 집 바로 앞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작업에 몰두하느라 한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다는 그이지만, 2014년 종교적 체험을 한 후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한동안 붓을 놓았을 정도. “가족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저 스스로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린 그림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발견한 것인지도 몰라요. 모든 것이 바뀌더군요. 세상이 문제인 줄 알았지만, 정작 나 자신이 가장 문제였지요.” 2019년 황금돼지해, 돼지를 그리는 송형노 작가는 여러 전시와 협업 계획이 잡혀 있다. 바쁜 작업 일정 속에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그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것이라는 송형노 작가. 그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따스한 마음이 부디 오래 남기를 바란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