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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도예 작가 지훈 스타크 좋아하는 것들의 박물관
아이 같은 천진한 호기심으로 바라본 사물과 공간을 건축적 방식으로 평면에 쌓아 올린다. 회화와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지훈 스타크 작가의 밝고 유쾌한 작품 앞에선 마음이 한껏 들뜬다.

지훈 스타크 작가는 그림과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작업한다. 한 작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그 스트레스가 작품에 전달된다고 여긴다. 특히 불에 구워야 하는 도자기는 그림과 달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에 아이처럼 순수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난 지훈 스타크 작가는 열두 살에 미국으로 간 후 2001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과 하와이, 독일 등에서 건축가로 일했다. 작업할 시간을 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2012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빚는다. 그는 뉴욕과 베를린, 도쿄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고, 2016년에는 갤러리 SP에서, 올해 2월에는 노영희의 그릇에서 그림과 도자기 작품을 선보였다. 4월 14일부터 29일까지 신당동 의외의조합 갤러리에서 회화 작품 위주로 개인전을 연다.


손으로 커피 잔을 빚고, 패키지에 그 커피 잔을 드로잉했다.

작은 성냥갑에 칠한 크레용을 바늘로 긁어 완성한 'Match Box' 연작 중 한 작품.

탄자니아 지역의 민속 토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화병. 작가의 손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질감에 소를 본뜬 형태가 익살스럽다.


“처음 제 그림을 본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다’ ‘동심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해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겹의 구조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지요. 그림을 본 사람들이 작품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는 것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쌍꺼풀 없는 눈이 활짝 웃을 때마다 초승달 모양으로 감긴다. 서툰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천진해보이지만, 그 안의 생각은 깊고 단단하다. “브루클린에서 전시할때 그림을 보던 분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제 얼굴을 보고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 알 것 같다고 말씀하더군요.” 천진한 겉모습 속에 담긴 단단한 구조. 지훈 스타크Jeehoon Stark 작가와 그의 작업이 모두 그러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훈 스타크 작가는 열두살부터 미국에서 생활했고, 10년 이상 뉴욕과 하와이, 베를린 등에서 건축가로 일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빚는다. “건축 일을 하면서도 저녁 시간과 주말엔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전시도 틈틈이 했고요. 학창 시절부터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 전공을 선택하기 전 1년간의 예비 과정에서 접한 건축이 저와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림 그리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그러던 중 2012년 설계 작업으로 인연을 맺은 마음과희망 산부인과에서 작품 의뢰를 받았는데, 작업에 모든 시간을 온전히 쓰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훈 스타크 작가의 작업실 벽에는 직접 그린 크고 작은 작품과 함께 좋아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재즈 싱어 니나 시몬의 사진, 파울 클레의 자화상 등이 걸려 있다. 연필로 그린 검은 고양이는 12년째 함께 사는 '쿠로'.
건축적으로 쌓아 올린 순수함
이번 달 표지작 ‘Home Composition 18’은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린 ‘Home’ 연작 중 하나다. 작업실 공간이 좁아 주로 유화물감으로 소품을 그리던 시절, 자신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던 집을 그리기로 한 것. 분홍색 바탕에 세모로 지붕을, 사각형으로 벽을 그린 자유로운 선이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낙서 같다. “아이의 그림을 흉내 내는 건 아닙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태도와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지요. ” 표지 작품처럼 분홍색으로 담벼락을 칠한 지훈 스타크 작가의 북촌 작업실은 커다란 캔버스와 화구, 곳곳에 쌓아둔 크고 작은 도자기 작품으로 가득하다. 시선 가는 모든 곳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걸거나 쌓고 진열해놓은 공간을 올해 열네 살인 검은 고양이 쿠로가 천천히 걸어 다닌다. 지훈 스타크 작가는 건축 회사를 그만두기 얼마 전에 뉴욕의 한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케와 위스키, 커피 잔 등을 만들다가 음식을 담는 그릇,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민속 도자기에서 영향받은 항아리와 화병 등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나갔다.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삼성동 노영희의 그릇에서 <그릇과 그림, 건축과 어우러지다>라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Deer! There Are No Palm Tree in Iowa’,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 크레용, 159×159cm, 2018
새롭게 바라보는 재미
지금 지훈 스타크 작가는 4월 14일부터 29일까지 신당동 의외의조합 갤러리에서 열리는 <장난감 도시 pt.2 Life between Buildings>를 준비하는 중이다. 익숙한 도시의 건물과 사물 사이에 살아 있는 동식물을 더했다. “건물은 고정된 정물입니다. 그 공간을 사용하고 살아 숨 쉬게 하는 존재를 그리고 싶었어요. 미국으로 간 후 아이오와주에 있는 가족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알파카와 양, 소, 말 등을 키웠지요. 저는 늘 친숙한 일상적 사물을 그립니다.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보면 재미있게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림 속 크레용으로 삐뚤빼뚤 그린 사물은 모두 지훈 스타크 작가가 항상 곁에 두고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의 그림엔 사람이 없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주로 영감을 받아요.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마다 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요. 늘 어떤 사람을 만나서 받은 느낌이나 그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사람은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장난감 도시’라는 주제는 미국으로 떠난 후 처음 한국에 돌아와 1년 반 정도 지낸 2006년에 읽은 이동하 작가의 소설 <장난감 도시>에서 떠올린 것. 한국전쟁 직후 고향을 떠나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서 성장하는 10대 소년의 이야기가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신의 처지와 겹쳐 보였다고. 폐허가 된 도시와에서 버려진 무기 등을 장난감 삼아 순수하게 묘사하는 시선에서도 공통점을 느꼈다. 그림과 도자기 이외에 버려진 한옥 나무 기둥을 나사로 조립하고 색칠해 로봇처럼 만든 조각도 눈에 띈다. 목수 일을 배워 나무로 집을 직접 지은 적도 있다는 지훈 스타크 작가는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일주일의 절반은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도자기를 빚으며 틈틈이 새로운 공간도 구
상한다. 가령 도자기가 취미인 재즈 아티스트의 도자기 공방과 리코딩 스튜디오가 함께 있는 작업실 같은 것. 어느 하나에만 붙잡혀 있으면 그 스트레스가 작업에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좋아하고 익숙한 사물을 밝고 천진하게 표현한다. 즉흥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 가장 기쁘다는 지훈 스타크 작가. 작가로서 그의 목표는 이렇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며 나 자신을 계속 놀라게 하는 것!”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