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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장프랑수아 라리외 빛의 한가운데

1960년 프랑스 남서부 미디피레네 주의 타르브에서 출생한 장프랑수아 라리외는 1971년 프랑수아즈 빌롱 아카데미, 1973년에 장 라포르그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1972년 포 미술관(Musée de Pau) 베아르네 미술관상 회화 부문 대상, 1989년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 대상을 수상했다. 파리 그랑팔레 예술인협회 공동 설립자이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파리 테일러 재단(Foundation Taylor Paris)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장프랑수아 라리외 작가를 만나기 10분 전, 갤러리 안을 천천히 걸으며 그의 대표작 ‘생명의 나무’를 비롯한 작품들을 감상했다.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지만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작품들은 햇빛 가득 쏟아지는 거리를 산책하듯 따사롭고 여유로운 오후의 한때를 연상시켰다. 장프랑수아 라리외는 1982년 파리에 정착한 후 생명력 넘치는 작품들로 전 세계 수많은 컬렉터 를 확보하며 지금까지 60회 이상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한 작가다. 5월 30일까지 서울 오페라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에서는 ‘생명의 나무’ 최신작을 비롯한 도시ㆍ풍경 회화 작품 32점을 선보인다. 2011년 이후 작업한 작품들로, 특이점이 있다면 남산, 명동, 불꽃놀이, N타워 등 서울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포함한다는 것. “20년 전 처음 서울에 왔어요. 8년 전 서울 오페라갤러리 관계자와 만나 전시 계획을 세웠고, 재작년엔 한국 작가와 2인전을 열기도 했지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연작, 자연 풍경, 동물 등 그가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아우르는 명제는 바로 ‘삶’과 ‘에너지’다.

표지작 ‘Love Butterflies’(2015)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 역시 ‘삶’이다. “우리 삶과 나비의 생은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작품 속 수십 마리 나비가 제각각 크기, 모양, 색이 다른 것처럼 세상 사람들도 모두 다르지요. 그런 ‘다름’이 모여 서로 조화를 이뤄가는 게 결국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벌레가 누에고치 속에서 힘겹게 나비로 탄생하듯, 우리 삶 역시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면 분명 아름답고 환상적인 날들이 펼쳐지리라는 기대를 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하트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질감 처리가 눈에 띈다. “몇 겹 이상 색을 칠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표현 방식은 테크닉이라기보다는 작업의 성숙도와 관련한 것이라고 봅니다.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네 겹이 아니라 스무 겹, 서른 겹까지 색을 덧입히기도 하지요. 색과 질감의 밀도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방식이야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과정입니다.”

‘Seoul Tower’, 캔버스에 아크릴, 114×146cm, 2016
그의 작품 안에는 실로 무수한 색이 떠다닌다. 여러 번 겹쳐 칠하는 작업 방식 덕분에, 딱히 단정 지을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색이 존재하는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 그는 선을 단순한 선으로 그리지 않고, 면을 그저 색으로만 채우지 않는다. 면 안에 무수한 선이 있고, 그 선 안에 또 무수한 면이 존재한다. 그러한 선과 면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미를 예측하기 힘든 추상적 기호와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빅뱅 이후 세상이 창조되고 만물이 생성된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사실 태초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생명이 발아할 때의 상태, 분자 혹은 원소를 표현한 것이 바로 기호와 도형입니다. 저만의 새로운 언어이자 알파벳이지요.” 그렇게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각낸 면과 선, 그 안에 무수히 밀집한 추상적 기호에 집중해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낮에 성당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는 듯하다.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무수히 많은 색이 하나의 화면 안에 존재하지만, 마치 프리즘을 통해 투과된 빛이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빛의 향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열대 조류의 강렬하고 화려한 깃털 색을 보면 그 갖가지 색이 상충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요. 각기 개성이 뚜렷하지만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것, 제가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것도 바로 그 조화입니다.”

장프랑수아 라리외 작가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 아래 도시 타르브Tarbes의 사계절 내내 밝게 빛나던 태양과 아름다운 자연, 밝은 표정의 자유분방한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와 남서부 비아리츠Biarritz의 해안가에 있는 아틀리에를 오가며 작업 중인데, 비아리츠를 택한 건 어린 날을 보낸 고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저는 늘 여행 중입니다. 최근 페루 리마에서 전시할 때도 열흘간 머물다 왔습니다. 10월에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개인전을 열고요. 언젠가 꼭 브라질의 아마존 강에 가보고 싶어요. 그곳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그는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 섬의 공방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화폭을 채우는 기호와 도형을 형상화한 3백여 개 유리 조각을 모아 3m가 넘는 생명의 나무를 만드는 흥미로운 작업. 이 세상에 없는 상상 속 ‘생명의 나무’를 보고 만질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그에게도 행운이다. 그와 인터뷰하는 두 시간여 동안 햇빛 쏟아지는 미지의 세계에 머무는 듯 황홀했다. 그 햇빛이야말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인생의 사계절 언제쯤 반드시 찾아오고야 말 삶의 환희가 아닐까.


#장프랑수아 라리외 #생명의 나무 #Love Butterflies
글 유주희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