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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문성식 아름다움과 추함의 초상

화가 문성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와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해 화제가 된 그는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연 개인전 <풍경의 초상>으로 국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키마아트에서의 개인전 <바람 없는 풍경>,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와 몽인아트스페이스, 두산 레지던시 뉴욕에서 활동했다.

김천 우리 마을에서는…
김천에서 태어난 문성식의 부모님은 포도 농장 을 운영했다. 그의 가족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1970년대 일률적으로 지은 2층 양옥집에 살았는데, 미적 탐구심이 남다른 아버지는 텃밭에 작물 대신 튤립을 심었고 마당 한편엔 공작새 세 마리와 닭, 개 등을 길렀다. 그래서 지붕 위로 공작이 날아다니는 것은 소년에게 아주 보통의 풍경이었다. 집 마당에는 그가 태어난 해에 아버지가 심은 목련나무와 모과나무, 낯선 이색 식물 등이 있었다(‘House’, pencil on paper, 48×65cm, 2002). 그곳엔 사사로운 일상이 주는 나른함과 예측 불가한 사건이 공존했다. 집 구석구석과 동네 이웃을 관찰하는 것을 즐기던 그는 이후 유년 시절의 조각을 그리기 시작했다. 빈집에 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이웃 과부(‘House of a Widow’, pencil on paper, 72×65cm, 2002),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와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찍는 작가 자신(‘One Fine Spring Day’, pencil on paper, 27×18cm, 2002) 등 기억은 하나의 사건이 되었고, 강렬한 내러티브로 이어졌다.

그건 그에게 축약된 사회였으며, 세상을 만나는 기회였다. 인생의 단편 같은 그림에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고 자연과 인공이 충돌하며 슬픔과 유머가 대치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성식 작가의 작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부모나 이웃, 평범하거나 우습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제 작품에는 인간을 향한 연민 같은 것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긍정적이고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유죠. 아름다움의 범주는 방대하고 철학적이잖아요. 가장 좋아하던 시절의 집 앞마당이지만 암 투병 중인 할아버지의 슬픈 표정이 있고(‘Cuckoo in June’, pencil on paper, 38×53cm, 2002), 숲을 걷는 노루 무리 한편엔 운 나쁘게 올무에 걸린 노루 한 마리가 존재하죠 (‘Night’, watercolor and pencil on paper, 65×286cm, 2008). 이 오묘한 세상의 풍경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싶었어요.”  


왜 인간은 자연을 옆에 두려고 할까?
이달 표지 작품 ‘런치 타임’ (acrylic on canvas, 73×90cm, 2005)은 페인팅과 프레임이 있는 풍경화라는 면에서 초기 드로잉 작업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출발점은 같다. “‘런치 타임’은 학교 안에 잘 조성된 정원의 점심 풍경이에요. 정원은 사람의 욕망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곳이죠. 보통 향나무는 규칙 없이 가지가 뻗어 있는데, 정원에서는 달라요. 둥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은 사람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인공적 결과물이니까요. 공사 현장에서 나온 부산물처럼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정원이 인간에 의해 파헤쳐지고 꺾이면서도 동시에 한쪽에서는 새와 나비가 찾고 다시 소생한다는 사실에서 불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느껴요.

결국 자연과 인간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구나,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있는 그런 ‘교접적’ 관계가 흥미로워요. 좀 더 들어가면 ‘인간이 무엇일까? 왜 자연을 옆에 두려고 할까?’ 하는 저의 화두가 있습니다.” 문성식 작가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풍경을 프레임에 채운다. 액자 안에 있는 전시 작품이 훨씬 돋보이는 것처럼 규정된 공간의 풍경이 극적 끌림을 준다. 항상 ‘리얼리티’를 좇는다는 그의 말처럼, 얼굴에 난 점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세밀한 초상화처럼 그의 풍경에는 생략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풍경의 초상’이라 말한다.

결국 인간을 향하여
서른다섯 살의 젊은 화가 문성식의 부암동 작업실에는 카나리아 여섯 마리가 산다. 어린 시절부터 동식물과 함께 지낸 이유겠지만, 작품 속에서 자연과 대치하는 인간의 풍경이 그의 삶에서도 교차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요즘 관심사는 ‘새’다. “도시의 새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카나리아를 직접 키우면서 생의 본능과 생명의 나약함, 사랑 등을 보았거든요. 그 안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부암동 주변을 산책 한다는 그는 경험하고 바라보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패러다임에서 또 어떤 풍경의 초상이 탄생할지 다음이 기대된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