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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미술가 노세환 씨 은밀하고 위대한 사과


미술가 노세환 씨
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슬레이드 미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 <외눈박이 초록신호등>을 시작으로 갤러리 마노, 고바야시 갤러리, 표갤러리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오는 9월 5일부터 29일까지 부암동 자하 미술관에서 개인전 <자장면집 백자>를 선보인다. 문의 02-395-3222

사과가 운다. 눈물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뚝’ 떨어지자 몸통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다. 여린 잎의 천연한 색을 입은 사과는 그렇게 울고 있다. 눈물이 다 떨어지면 그 자체로 녹아버릴 것 같은 형상, 바로 8월호 표지 작품인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Meltdown - a Green Apple’(70×9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3)>이다. 하지만 제목은 그렇게 서정적이지 않다. ‘멜트다운’은 원자로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연료인 우라늄이 녹으면서 원자로도 녹아내리는 심각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 환경 문제를 비현실적 색과 생물 군집으로 연출해 시리즈로 작업한 미국의 설치 미술가 샌디 스코글룬드Sandy Skoglund의 사진과 같은 맥락이다.

평창동 가나아트 아틀리에에서 만난 노세환 씨는 9월에 있을 개인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분주한 작업실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잡은 것은 주름 상자가 있는 대형 카메라 ‘짓조gitzo’. “‘멜트다운’ 시리즈를 본 대부분의 사람이 디지털 과정을 거친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브제 설치부터 대형 카메라 촬영과 필름 현상까지 모든 과정이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필름 스캔을 받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간단한 색 조정을 하는 정도예요.” 대형 카메라는 섬세한 초점 조작이 가능하고 디테일을 표현하기 좋아 인물이나 풍경 사진가가 주로 사용하는 장비다.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고 필름 산업이 후퇴하면서 거의 사용하는 이가 없다.


노세환, ‘Meltdown(a Banana)’, 100×12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3


이 사과가 가짜처럼 보이나요?
“심각한 현안들이 언론을 거치면서 심하게 왜곡되거나 재조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대중이 언론을 비판적 관점 없이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이에요. 언론을 맹신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조작이 늘어나고요. 이러한 메시지를 저만의 방법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고, 실제가 사실은 가짜일 수 있다는 진실요.” 그는 사과, 바나나, 포도, 피망, 가지, 생선 등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대상을 이용해 실물을 비실제적 모습으로 촬영했다. 페인트 통에 푹 담갔다가 건져 올려 막대에 꿰어 벽에 부착해 촬영했다. 배경과 사물의 경계가 모호해 보이는 것은 사과가 공중에 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후에도 그 어떤 디지털 조작을 시도하지 않았다. 더욱이 단 한 장의 필름으로 결정되니 그야말로 실물 그대로의 한 컷 승부다.

이런 관점은 그의 다른 작업과도 연결된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릴리스를 이용해 찍은 ‘달리는 카메라’ 시리즈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1초를 찍은 ‘트래픽 시그널’ 시리즈, ‘조금 긴 찰나’ 등은 매일 마주하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실제’를 캡처한 작업이다.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촬영한 도시 풍경과 스튜디오에서 연출로 완성한 개념 사진에 가까운 ‘멜트다운’ 시리즈는 시각적으로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이렇게 같은 화두를 갖고 있다.

편견을 주의하세요
물감 냄새를 맡고 자라진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그의 주변에는 항상 미술 작품이 있었다. 아버지인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미술관을 자주 여행했다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이 아닌 소설가의 꿈을 꿨다. “소설가요? 지금은 불가능하죠. 하하. 하지만 내러티브와 관련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연결 고리가 있다고 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사진가 배병우 씨의 어시스턴트로 2년간 일했다. 하지만 스스로 ‘사진가’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저를 ‘사진’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조각, 회화,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사진은 접근하기 쉽고 표현하기도 용이해 활용도가 큽니다. 제게 사진은 하나의 선택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사진은 그의 작품의 주요 키워드다. 최근 작업하고 있는 ‘자장면집 백자’ 시리즈도 사진 작품. 그는 짬뽕 그릇, 탕수육 접시, 국물 그릇 등 일반 중국 음식점의 그릇을 새하얀 페인트를 이용해 모두 같은 색깔로 일반화했다. 얼핏 보면 정말로 귀한 백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편견 없이 대상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는 것, 이것이 그의 사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 노세환 작가의 Meltdown - a Green Apple 

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www.printbakery.net)’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한정된 수량(10호의 경우 99개)만 제작ㆍ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길,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유선태, 정일, 정창기, 최현희,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제품 규격 및 가격 노세환, Meltdown - a Green Apple’, 27.3×22cm(3호), 압축 아크릴 프린트, 2013, 9만 원. 
알아둘 사항 충전재를 넣은 종이 상자로 포장해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배송비 포함)
구입 방법 080-007-1200 전화 주문 (매주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구입하신 분들 중 한 분을 추첨해 노세환 작가의 원작 ‘자장면집 백자 프로젝트 - 짬뽕 국물’(60×9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3)’ 한 점을 선물로 드립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