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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서양화가 홍지연 씨 이 세상에 없는 풍경


서양화가 홍지연 씨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6년 화랑 이십일세기에서 연 첫 개인전 <낯설은 풍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섯 번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슈에무르 뉴욕, 제주 롯데 아트 빌라스,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하나은행,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만개한 모란꽃 주변으로 날개가 화려한 나비가 곰살맞게 나풀거린다. 나비가 날갯짓하면 새빨간 꽃잎 사이로 흐벅진 향기가 가슴에 나붓나붓 들이찰 것 같다. 이 비현실적 색채와 깊이는 뭐랄까, 꿈처럼 화려해서 다시금 무無로 회향할 것 같다. 향기의 혼불이 꽃과 나비 주변에 아스라이 유랑하고, 나비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자랑하듯 날개를 활짝 편 채 활강한다. 마치 축제의 서막을 여는 것처럼! 명징한 색채가 막힌 오장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 같은 이 그림은 7월호 표지 작품인 서양화가 홍지연 씨의 ‘페스티벌Festival’(35×35cm, 캔버스에 아크릴, 2011)이다. 사실 모란꽃에는 향기가 거의 나지 않는다. 벌과 나비가 절로 모이지 않으니 작가는 톡 터뜨리면 향기가 난다는 섬유 유연제 광고처럼 꽃 주변에 동글동글한 향기를 심었다. 이 세상에 없는 풍경이다.

“사실 이 그림은 기분이 가라앉을 때 그린 작품입니다. 청계 레지던시에 입주해 종일 작업만 하던 시기였는데, 바깥 세계의 에너지와 내면의 우울이 충돌하면서 그림으로 균형을 찾고 싶었죠. ‘아 어서 이 나쁜 기분을 떨쳐버려야지!’ 하고 마음의 평정을 추구하는 일기처럼 가까운 미래의 희망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일기를 쓰는 것처럼 삶에 밀착해 있다. 반대로 모란꽃으로 장송곡의 악보를 표현한 ‘레퀴엠’ 시리즈를 작업할 때 그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작가의 기운과 그리는 행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그에겐 언제나 화두다.



민화라는 세계의 확장
홍지연 씨는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모티프로 작업한다. 모란꽃, 복숭아, 붓, 잉어, 대나무, 봉황, 호랑이, 나비, 책 등을 소재로 자유롭게 표현한 민화를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그래서 민화의 형식을 따를 뿐, 그의 그림을 민화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민화의 형식을 많이 벗어나려고 하진 않습니다.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기 위해 민화의 개념과 개인적 의도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합니다. 수세대를 거치면서 민속 예술도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민화를 그리던 초기 1년은 원본을 거의 그대로 모사했어요. 10년간의 작업을 보면 일련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작품 중에는 민화의 소재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어요. 민화가 한 개인의 감응과 만나 변하는 과정이 흥미롭지 않나요?”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민화도 진화한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의 민화 작품이 벌써 궁금하다. “변화는 실험이니까요.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제 세계도 확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변화를 즐기고 있어요.”

그림일기를 그리는 것처럼
요즘 작업실을 옮기는 중이라 주로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거실은 큼지막한 이젤과 컴퓨터가 놓인 작업실이고, 방도 온통 그림 도구와 세계 민속 예술 서적으로 가득하다. 몇 달 전 길에서 만나 가족이 된 유기견 ‘쏨이’가 우렁차게 짖을 뿐, 사방이 조용하고 따사로운 빌라. 부엌에 딸린 널찍한 야외 발코니로 나가 종종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화가’라는 직업은 숙명처럼 보였다. “어릴 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하고 물으면, ‘난 화가가 될 거야!’ 하고 대답했어요.”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다섯 살 때부터 붓을 잡은 홍지연 씨에게 그림은 삶이고 유희이며 숙명이고 평생의 친구다. “평생 그림을 그렸고, 앞으로도 계속 그릴 건데 너무 소모적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아요. 제 작업을 그림일기에 비유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그날의 기분과 가까운 과거와 미래를 기록하는 일기처럼 개인적 감정과 밀착한 정서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색을 제한하지 않고 ‘유희’를 추구한 민속 미술처럼.”

중도의 세계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의 민화를 다루는 그가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토목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원주민 아이와 함께 숲 속을 달리면 수십 마리의 개가 쫓아오던 정글 같은 곳이었다고. 그의 그림에서 강인한 생명력과 원시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유도 그런 배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그림은 어린 시절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세계관과 한국인이라는 근원적 뿌리 사이에서 찾은 중도의 환상 세계가 아닐까?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 홍지연 작가의 Festival 

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www.printbakery.net)’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한정된 수량(10호의 경우 99개)만 제작ㆍ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길,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유선태, 정일, 정창기, 최현희,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제품 규격 및 가격 홍지연, ‘Festival’, 45.5×45.5cm(10호), 압축 아크릴 프린트, 2013, 18만 원
알아둘 사항 충전재를 넣은 종이 상자로 포장해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배송비 포함)
구입 방법 080-007-1200 전화 주문 (매주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더불어 구입하신 분 중 한 분을 추첨해 서양화가 홍지연 씨가 증정한 원작(27.3×22cm, 캔버스에 아크릴) 한 점을 드립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