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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사진작가 강영길 씨 깊은 우물 속 심연으로 가는 길


사진작가 강영길 씨
는 서울예술대학 사진학과와 프랑스 E.F.E.T(L’école de communication visuelle à Paris)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0년 서남미술관에서 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가했다. 현재 가나 장흥 아틀리에의 입주 작가로, 6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대나무 시리즈를 전시한다.

전북 익산의 시골 마을에 살던 아홉 살 소년 강영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처음 죽음과 대면했다. 집 안에 마련한 아버지 제사상에 3년간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올렸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산다는 것, 그 공포의 대상이 아버지라는 점, 집성촌이던 마을에서 수차례 목격한 상여 행렬은 어린 소년에게 상실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전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당시 그는 현존하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 사이의 중간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가 당시 내려놓지 못한 깊숙한 두려움은 40년이 훌쩍 지난 기자지금까지 여전히 화두로 남아 작업의 근원이 되고 있다. 입술을 진중하게 다물고 섬세한 손길로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대접하는 부드러운 모습에 그런 어둠은 중첩되지 않았다. “누나만 다섯 명이 있어요. 농사짓는 시골에서는 가장이라는 존재는 큰 의미거든요. 남자로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저를 끝없는 내면의 우물 속으로 끌어내렸습니다. 내면의 고통이 커지면서 자해도 하고 자살도 고민했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고 동시 상영관에서 살았습니다. 스크 2013린은 제게 외부와 단절된 완전한 세계였고, 유일한 탈출구였거든요. 나의 현실적 존재와는 상관없는 저 너머의 세계였죠.”

지독한 방황과 혹독한 성장통 사이에서 그를 사로잡은 것은 영화였다. 영화인의 길을 가기 위해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에 TV 광고와 광고 사진 등 상업 사진가로 활동했다. 배우 임수정 씨와 함께 CF에 출연할 정도로 이른바 ‘잘나가던’ 사진쟁이였다. 화려한 상업 사진가의 길을 그만둔 것은 우연이었지만, 숙명이기도 했다. “창의적인 것에 갈증을 느꼈지만, 개인 작업에만 몰두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내의 영향도 있었고(그의 아내는 서양화가 하태임 씨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이동재 대표가 권유를 했습니다. 근데 개인 작업을 시작하니 광고 의뢰가 뚝 끊겼어요.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불가능했죠. 현재로선 개인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로 사는 삶이 행복합니다.”


<행복> 6월호 표지는 그가 2010년에 작업한 ‘와인 글라스Wine Glass’ 연작 중 하나. 강렬한 색감이 시각적 끌림을 동반한다. “피사체가 가진 1차적 물성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주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창가에 놓인 와인잔이 눈에 들어왔는데,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작은 오브제에 불과하지만 나라는 세계에 들어오면서 그들이 감정을 전달하는 주인공이 된 겁니다.” 농밀한 색채는 인공적으로 보이지만 자연광이다.

주로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카메라를 챙긴다. “그때의 빛이 가장 아름답거든요. 색을 인공적으로 입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색채 중 하나를 극대화합니다. 특히 와인잔은 모든 것을 반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공조명을 쓰면 재미가 없거든요. 순수한 자연 상태의 빛에서 선과 형태로만 보이는 합일점을 포착합니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붉거나 푸르거나 색이 같은 날이 없어요.” 그는 그 합일점을 찾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기도 하고, 한 시간 이상씩 장노출을 주어 원하는 빛깔을 기다리기도 한다. 표지 작품도 그런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 것. 사진을 찍으면 컴퓨터 작업으로 포착한 색깔을 공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나무, 와인잔, 수영장, 인체 시리즈를 주로 작업해온 그의 요즘 관심사는 온통 ‘바다’다. 수영장에 사람이 침잠한 형상을 촬영한 작업을 바다에서 다시 시도하고 싶다. 그것은 바다라는 거대한 우주에서 마주하는 절대 고독,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마주하며 겪는 정신적 혼동을 본능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과정이다.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있다는 그는 얼마 전 울릉도로 사전 탐사도 다녀왔다. 어쩌면 그에게 바다, 그 깊고 깊은 심연을 좇는 작업은 일찍이 죽음과 소멸을 경험한 소년 강영길이 그토록 찾고 싶어 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 어린 소년을 위로하는 한바탕 ‘굿’.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 강영길 작가의 Wine Glass 4 

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 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한정된 수량(3호의 경우 1백75개)만 제작,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길,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유선태, 정일, 정창기, 최현희,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제품 규격 및 가격 40.9×53cm(10호), 압축 아크릴 프린트, 18만 원.
알아둘 사항 충전재를 넣은 종이 상자로 포장해 택배 배송(배송비 포함)
구입 방법 080-007-1200 전화 주문 (매주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구입하신 분들 중 한 분을 추첨해 강영길 작가가 증정한  ‘Wine Glass’ (50×75cm, 디아섹, 2011, ed.5) 원작 한 점을 선물로 드립니다.(액자 포함)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