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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궁금해요] 서양화가 유선태씨 말로 그리고 글로 그린다


화가 유선태 씨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국립미술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파리국립8대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갤러리 라빈Gallery Lavignes(파리), Gallery K, 호안나 쿤스트만 Joanna Kunstmann(스페인), 베라 반 라에 Vera van Laer(벨기에), 가나 화랑(서울, 뉴욕) 등에서 45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장흥 가나 아틀리에와 서래마을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너른 아틀리에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바닥에 퍼질러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벽을 향해서는 크기가 다양한 작품들이 기대서 있고, 천장에는 오브제들이 매달려 있다. 화가 유선태 씨의 작업실 풍경이다. 장흥 가나 아틀리에에서는 가장 넓은 공간이다. “집이 서래마을인데 새벽 6시 30분이면 출발합니다. 작업을 도와주는 친구들을 제 차에 태우고 오지요.”새벽부터 종일 그림을 그리고 오후 4시면 ‘퇴근’한다. 성실한 공무원 생활이거나 유배지에서 지내는 삶 같다. 이젤을 펼쳐놓고 스툴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예상한 아틀리에 풍경에서 벗어나 있다. 동네에서 주웠다는 버력 같은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닌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캔버스가 될 것이다. 그리기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리는 작업’에 최적화돼 있지도 않다. 그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으로 보인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이젠 그걸 다 끊었지요. 그림만 그리고 있어도 너무 재밌다는 걸 알거든요. 다른 잡기雜技는 일절 안 해요.”

말과 글을 그린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귀국해서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유선태 씨는 이미 ‘말과 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다.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한 탓인지 우리 것, 우리 그림에 관심이 많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동양화의 ‘요체’를 구현해보려고 했다. 동양화의 여러 기법 가운데 ‘준법 法’을 받아들인 것이 바로 ‘말과 글’ 시리즈다. 준법은 산이나 흙더미 등의 입체감과 양감을 표현하기 위한 음영법으로, 암석의 굴곡 등 주름을 그리는 화법이다.

그의 그림에는 무수한 ‘말과 글’이라는 글귀가 그림 위를 뒤덮었다. 그림에 주름이 져 있거나 껍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말과 글 중에서 왜 하필 ‘말과 글’이었을까. “제가 그림을 그려서 내놓으면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고 비평이든 감상이든 말과 글을 내놓지요. 그 말은 다시 묶여서 책이 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말을 꺼내고 글을 쓴다면, 아예 내가 먼저 그 말과 글을 해버리자는 생각이었지요.” 그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이다.

편지 봉투 시리즈, 풍경 시리즈, 다이아몬드 시리즈, 아틀리에 시리즈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모두 ‘말과 글’ 시리즈에 해당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으로 인해 제 모든 작업이 시작됐다고 봐요. 호기심으로 내가 겪어온 것, 앞으로 겪을 것, 그리고 겪고 싶은 것 등등 좋든 나쁘든 호기심으로 인한 기억과 연관된 오브제들이 제 그림에 등장하니까요.”

이번 호 표지인 ‘말과 글’(캔버스에 아크릴, 130.3×162.2cm, 2013)을 보면 그 오브제로 사과, 토분, 변형된 포르테 기호, 자전거를 탄 남자 같은 것이 등장한다. 상상의 공간에서 이 오브제들은 저마다의 크기를 지닌다. 어떤 연결 고리도 없어 보이지만 작가에게는 모두 개인적 화두다.“제가 그림의 화두로 삼는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하나씩 내려가고 있는데요, 그 결론과 일치하는 대상을 찾다가 사과를 고른 것이죠. 흔히 사과는 선악과로 표현되는데, 사람이 선악과를 통해 감성을 깨닫는 순간을 신에 대한 저항이라 보고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에요.”

토분도 이렇게 이미지를 가져온 것으로 개인적 체험에 근거한다. 오랫동안 수많은 나무와 꽃을 키우고 죽으면 버리면서 화분이 단순히 흙과 뿌리만 담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담는 도구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각각의 오브제가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닿아 있다 보니 반드시 그림 속에 자신을 등장시킨다. 다만 그 크기가 유독 작은 것이 흥미롭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제가 정말 그림을 못 그린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제 모습이 투사된 자전거 탄 남자는 작게 그리는 거랍니다.”

자전거를 탄 작은 남자는 현실에서는 마딘 청바지와 캐주얼 점퍼를 입고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접시에 물감을 개고 모지라질 때까지 쓰는 붓은 연신 청바지에 문질러가며 닦는다. 책상다리로 앉은 채로 물감이 마르고 굳으면서 샐쭉해진 청바지가 그의 호기심의 샘밑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가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를 묻고 이해하려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는 그저 그리고 있고, 그가 그림에 붙인 제목대로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로 얘기하면 될 것이다.


<행복>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캠페인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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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미술 작품으로 표지를 꾸며온 <행복이가득한집>은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컬렉션’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압축 아크릴 프린트 작품을 99개 한정된 수량(10호의 경우 99개)만 제작,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의 작품은 소장과 수집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강영민, 반미령, 박항률, 유선태, 정일, 정창기, 하태임, 홍지연 씨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매달 새로운 작품을 더합니다. 문의 프린트 베이커리(www.printbakery.net 02-2075-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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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석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